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주말...
이웃마을 사는 누님댁에서 동생과 누이,매형분들이 함께 잡아 온 미꾸라지로 가족들이 모여 추어탕을 끓여 먹고 인삼을 캐낸 밭에서 삭을 주워온 조카 덕분에 인삼 튀김과 고구마튀김을 먹고
달달한 배로 마무리를 할 즈음에 넷째 누님의 일성을 듣는다.
내일 깨 터는데 안 오면 기름 못 준다!
늘 참기름과 마늘 외에도 고춧가루며 온갖 집안에 맛난 양념을 소리 없이 형제들에게 챙겨주시는 누님인지라 공수표같은 소리란걸 알기에 모두가 한바탕 웃음이 창밖으로 나간 다.
순간,나는 마음이 찔린다.
다른 형제들은 바쁘면 서로 도와주고 하는데 장남이랍시고
맨날 얻어먹기만 했지 제대로 힘든 농사를 도와준 적이 없는 나로서는 ...
내일은 꼭 도와줘야지 하며 마음속으로 약속을 한다
오늘...
아침을 먹고 누님댁으로 향한다.
이미 커다란 들깨밭에 준비한 천막지(갑바)를 펼쳐 놓고 시작을 하려 한다.
정말 오랜만에 도리깨질을 해본다.
그래도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어색하지 않다.
곧바로 합류한 막내 누님 내외분과
부지런히 깻단을 옮기고 털고 담고 하기를 서너 번 벌써 점심시간이다.
커다란 호두나무 그늘아래에서 층층 삼겹살로 점식을 먹듯 오롯이 층층이 추억을 목으로도 넘긴다.
힘들다기보다 어쩌면 가을 소풍을 나온듯 기분이 좋다.
올가을은
수북이 쌓인 털고난 깻집처럼 형제 가족들과 들깨를 터는 순간을 쪽빛 하늘 속에 수북이 쌓았다.
기분 좋은 나의 마음처럼 넷째누님의 마음도 동그랗게 돌고도는 도리깨처럼 파란 하늘에 지워지지 않게 동그랗게 담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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