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10년이나 배움을 잃고 우환으로 분주하다 보니, 세월이 이미 보람 없이 흘러버렸다.
이 또한 운명이니 어찌 하겠느냐?
네 아비가 젊었을 때 과거 공부를 전혀 익히지 않고 멋대로 날을 보낸 것이 또한 너희와 같았다.
경신년(1560) 겨울에 《맹자》 한 질을 가지고 관악산으로 가서, 몇 달 동안 20번을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겨우 외울 수가 있었지.
산을 내려와 서울로 들어설 때 말 위에서도 다른 일은 생각지 않고,
처음 양혜왕장부터 끝 편인 진심장까지 모두 마음에 담아 외웠다.
비록 능히 정밀한 뜻을 깊이 알 수는 없었어도 이따금 마음에 와닿는 곳이 있었다.
그 이듬해 하회에 와 있으면서는 《춘추》를 30여 차례 읽었다.
이때부터 글 짓는 가닥을 조금씩 이해하여 요행히 과거에 급제하였다.
이제 와서 늘 안타까운 것은 당시 더욱 세월의 공력을 더 보태 사서를 백여 번 씩 읽지 못한 점이다.
이렇게만 했더라면 그 성취가 반드시 오늘날의 보잘 것 없는 것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번 너희에게 사서를 읽지 않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요즘 서울의 젊은이들은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처럼
다만 효과가 빠른 것만 취하고 빨리 되는 방법만 찾는다.
장차 성현의 책은 높은 시렁 위에 묶어 두고, 날마다 영리하게 남을 기쁘게 할 자질구레한 글만 찾아다가 훔쳐서 슬쩍 바꿔 시험관의 안목에 들어 합격을 이룬 자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벼슬길에 약삭빠른 자가 취할 방법이지,
너희처럼 성품이 우둔하고 이름을 다투는데 능하지 못한 사람이 쉬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하의 추녀인 모모(嫫母)가 미녀 서시(西施)를 흉내 내면 오히려 남의 웃음거리가 되는 법이다.
하물며 저들은 반드시 서시도 아니고, 내가 모모도 아닐 바에야 또한 어찌 욕스럽게 이를 하겠느냐?
대저 배움을 이루고 못 이루고는 내게 달린 것이나, 세상과 만나고 만나지 못하고는 운명에 달린 것이다. 오직 자기가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를 다하고서 하늘에 운을 맡겨야 할 것이다.
길안천변의 늦가을.
출처 : | 빗방울때리기 | 글쓴이 : 빗방울때리기 원글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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